멀티태스킹이 뇌에 미치는 영향: 동시에 많이 하면 정말 효율적일까?

멀티태스킹이 뇌에 미치는 영향: 동시에 많이 하면 정말 효율적일까?

컴퓨터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메신저에 답장을 보내는 일이 익숙한 시대입니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흔히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라고 부릅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바쁜 사람일수록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을 효율성의 상징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사람의 뇌가 언제나 여러 개의 복잡한 작업을 동시에 같은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인지과학과 신경영상 연구에서는 멀티태스킹을 할 때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기보다는 주의를 빠르게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신경영상 연구의 메타분석에서는 이중과제 수행과 작업 전환에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뇌 네트워크가 확인됐으며, 전두엽과 두정엽을 포함한 여러 영역이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은 왜 이렇게 피곤하게 느껴질까요?

그리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집중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사람

멀티태스킹은 정말 '동시에' 하는 것일까?

먼저 멀티태스킹이라는 말을 조금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멀티태스킹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행동이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걷면서 음악을 듣는 것은 비교적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걷기는 자동화된 운동이고 음악을 듣는 것도 복잡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상황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메신저에 답하기
  • 회의를 들으면서 이메일 작성하기
  • 책을 읽으면서 계속 스마트폰 알림 확인하기
  •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SNS를 확인하기
  • 운전하면서 문자 메시지를 읽거나 보내기

이처럼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이 모두 주의력과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뇌가 각각의 작업에 주의를 배분해야 합니다.

결국 '동시에 두 가지를 처리한다'기보다는 짧은 시간 간격으로 주의를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기는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화된 행동과 복잡한 작업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멀티태스킹이 똑같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충분히 자동화된 행동은 다른 활동과 어느 정도 함께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러 작업이 동시에 주의를 요구하기 때문에 인지적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멀티태스킹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는가'보다 각 작업이 얼마나 많은 주의력과 인지 자원을 필요로 하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때 뇌는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하고, 목표와 관련 없는 정보를 억제하고, 현재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작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는 전전두엽과 두정엽을 포함한 여러 뇌 영역과 네트워크가 관여합니다.

작업 전환을 조사한 신경영상 연구의 메타분석에서는 여러 종류의 주의 전환에서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영역으로 하전두접합부(inferior frontal junction)와 후두정피질(posterior parietal cortex) 등이 확인됐습니다.

2019년 발표된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이중과제와 작업 전환을 함께 분석해 멀티태스킹과 관련된 공통 신경 네트워크를 확인했습니다. 연구에서는 양측 두정내구(intraparietal sulcus), 왼쪽 등쪽 전운동피질, 오른쪽 앞섬엽(anterior insula) 등이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영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하면,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을 처리할 때 뇌는 주의를 선택하고 조절하며 필요한 경우 작업 사이를 전환하는 과정을 계속 수행하게 됩니다.

멀티태스킹의 가장 큰 문제는 '전환 비용'이다

멀티태스킹을 이해할 때 중요한 개념이 작업 전환(task switching)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하고 다시 보고서로 돌아오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데 1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업무에 사용된 인지 자원이 정확히 10초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보고서의 내용과 현재 진행 상황을 머릿속에 복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장을 쓰고 있었는지, 다음에 무엇을 작성하려고 했는지, 지금까지 어떤 논리를 전개했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이 반복되면 실제 작업시간뿐 아니라 주의를 다시 안정시키는 과정에도 자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어려운 작업일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단순한 반복 작업은 작업 전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 공부, 코딩, 복잡한 계산, 분석, 의사결정처럼 작업기억과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한 활동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런 작업에서는 현재 머릿속에서 유지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에 다른 자극이 들어오면 원래의 사고 흐름을 다시 연결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업무를 할 때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하기보다 한 번에 하나의 복잡한 작업에 주의를 모으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멀티태스킹은 집중력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현대인의 멀티태스킹에서 특히 자주 등장하는 것이 미디어 멀티태스킹입니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컴퓨터 작업 중 여러 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처럼 여러 미디어 흐름을 동시에 사용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2018년 발표된 연구 리뷰에서는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인지 기능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들을 종합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많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여러 인지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행을 보인 연구들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연구 결과가 일관된 것은 아니며 인과관계의 방향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뇌가 손상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현재 연구 수준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표현입니다.

실제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많은 사람에게서 주의력 관련 차이가 관찰되더라도, 원래 주의조절이 어려운 사람이 여러 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인지, 미디어 사용 패턴이 주의력에 영향을 준 것인지, 또는 두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상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는 이유

인과관계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고 해서 일상적인 멀티태스킹 습관을 아무렇게나 관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작업 중 알림이 계속 들어오면 주의가 반복적으로 분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무조건 없애기보다 중요한 작업을 하는 동안 불필요한 전환을 줄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 중요한 업무를 시작할 때 알림을 잠시 끄기
  • 스마트폰을 시야에서 치우기
  • 업무와 관련 없는 브라우저 탭 닫기
  • 메신저 확인 시간을 따로 정하기
  •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계속 확인하지 않기
  • 한 번에 처리할 핵심 작업을 하나 정하기

멀티태스킹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이라는 단어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행동을 함께 수행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거나, 요리를 하면서 익숙한 대화를 하는 것처럼 일부 작업은 동시에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러 작업이 동시에 높은 수준의 주의력과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활동에서는 멀티태스킹을 피해야 합니다.

운전이나 기계 조작 중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영상을 보는 행동처럼 주의가 필요한 작업을 다른 활동과 함께 수행하는 것은 단순한 생산성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집중력을 지키는 '싱글태스킹' 습관

멀티태스킹의 영향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중요하고 복잡한 작업을 할 때만 의도적으로 싱글태스킹(single-tasking)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1.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나 정한다

하루의 시작이나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꼭 끝내야 하는 중요한 작업 하나”를 정해보세요.

해야 할 일이 많더라도 지금 당장 집중할 작업은 하나로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2. 스마트폰을 시야에서 치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불필요하게 확인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계속 놓아두는 대신 가방이나 다른 방에 두는 것처럼 접근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3. 작업 사이에 짧은 휴식을 넣는다

한 가지 작업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집중력이 떨어졌다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물을 마시거나 가볍게 걷는 것도 방법입니다.

WHO는 성인의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 또는 이에 상응하는 고강도 활동을 권고하며,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벼운 강도의 신체활동이라도 좌식 시간과 대체하는 것이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안내합니다.

이러한 권고는 멀티태스킹 자체에 대한 지침은 아니지만, 장시간 앉아서 화면을 바라보는 생활을 줄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전반적인 건강과 인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WHO는 신체활동이 생각하고 배우는 능력과 전반적인 웰빙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싱글태스킹으로 집중하는 건강한 작업 환경

멀티태스킹을 줄이는 하루의 실천법

멀티태스킹 습관은 한 번에 완전히 없애려고 하기보다 자주 발생하는 상황부터 하나씩 바꾸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업무할 때

  • 중요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알림을 끈다.
  • 현재 작업과 관계없는 창을 닫는다.
  • 메신저와 이메일 확인 시간을 따로 정한다.
  • 한 번에 하나의 핵심 작업을 진행한다.
  • 작업이 끝난 뒤 다음 업무로 넘어간다.

공부할 때

  • 스마트폰을 책상에서 치운다.
  • 공부 중 SNS를 확인하지 않는다.
  • 학습 목표를 작게 나눈다.
  • 집중이 떨어지면 짧게 휴식한다.
  • 한 번에 여러 강의나 자료를 동시에 보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 식사할 때 영상을 계속 보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본다.
  • 사람과 대화할 때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
  • 산책할 때 주변 환경에 주의를 기울여본다.
  • 잠들기 전 여러 화면을 동시에 사용하는 습관을 줄인다.

이런 방법은 뇌를 특별하게 훈련시키는 기술이라기보다 주의가 불필요하게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는 상황을 줄이는 생활 전략입니다.

멀티태스킹보다 중요한 것은 '주의력의 질'이다

우리는 바쁜 사람을 능력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생산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동시에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중요한 일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주의를 유지하고 끝까지 처리했느냐입니다.

특히 글쓰기, 학습, 분석, 프로그래밍처럼 생각의 흐름이 중요한 작업에서는 알림 하나를 확인하는 짧은 행동도 현재의 사고 흐름을 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중요한 작업과 단순한 작업을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복잡한 업무 → 싱글태스킹
  • 학습과 독서 → 스마트폰과 알림 차단
  • 단순 반복 업무 → 필요에 따라 작업을 묶어서 처리
  • 걷기·가벼운 활동 → 음악이나 오디오 콘텐츠와 함께 활용 가능
  • 운전·기계 조작 → 다른 주의 요구 활동을 함께 하지 않기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뇌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멀티태스킹을 많이 한다고 해서 뇌가 영구적으로 손상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재 연구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복잡한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거나 빠르게 전환할 때 인지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미디어 멀티태스킹과 주의력의 관계에 관한 연구에서는 연관성이 관찰되기도 하지만 연구 결과가 서로 다르고 인과관계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멀티태스킹 때문에 뇌가 망가졌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불필요하게 주의를 너무 자주 전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훨씬 유용합니다.

집중력이 계속 떨어지는 경우에는 수면 부족, 스트레스, 불안이나 우울 증상, 생활 패턴, 약물, 기타 건강 문제 등 여러 원인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집중력 저하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일상생활과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면 단순히 멀티태스킹 습관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보다 의료 전문가와 상담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뇌는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할 때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멀티태스킹은 현대인의 생활에서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모든 멀티태스킹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걷면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자동화된 행동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활동이 있는 반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메신저에 답하거나 공부하면서 SNS를 확인하는 것처럼 여러 작업이 동시에 주의력을 요구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실제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기보다 주의를 빠르게 전환하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신경영상 연구에서도 작업 전환과 이중과제 수행에는 주의와 실행조절에 관련된 여러 뇌 영역이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집중력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하루 종일 완벽한 싱글태스킹을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일을 할 때만큼은 다른 자극을 줄이고, 한 가지 작업에 충분한 주의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충분히 쉬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스마트폰과 알림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뇌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덜 나누고 더 깊게 집중하는 것이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신뢰할 수 있는 자료

  • Worringer B, Langner R, Koch I, Eickhoff SB, Eickhoff CR, Binkofski F. “Common and distinct neural correlates of dual-tasking and task-switching: a meta-analytic review and a neuro-cognitive processing model of human multitasking.” Brain Structure and Function. 2019;224:1845-1869. PubMed PMID: 31037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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